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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무의식에 묻혀 있는 원형은 완전히 미지의 것이며 형성 과정에 미처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상징은 원형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인간의 역사는 더 나은 상징을 탐구해 왔던 기록이며, 상징은 원형을 더 완벽하게, 의식적으로 개성화(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융은 말했다. 역사에서 특정 시대, 예를 들어 초기 기독교 시대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특히 훌륭한 상징들이 많이 나타났다. 여기서 ‘훌륭하다’는 말의 뜻은 인간 본성의 많은 면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특히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을 포함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이념에 따라 양분화된 채로 냉전 체제를 앞세워 두 진영으로 갈려 싸운 전쟁의 시대였다. 작은 나라들마저도 이 두 이념을 내세워 두 진영의 대리전 성격을 띠며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20세기에는 상징의 세계는 불모지와 같은 상태였고 일방적인 것이 되는 경향이 있다. 21세기의 상징은 말하자면 기계, 무기, 기술, 국제 기업, 정치 조직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단지 그림자 및 페르소나의 표현일 뿐이며, 정신의 다른 면은 소홀히 하고 있다. 당시 융은 전 인류가 전쟁과 양극화된 이념화로 인해 상징 자체를 파괴해버리기 전에 더 나은 상징을 창조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융이 연금술과 같은 원리가 인간성의 모든 면을 포함하고자 하며 서로 대립하는 힘을 모아 하나의 통일된 것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금술의 상징체계에 이끌린 것이었다. 만다라는 초월적인 자기의 주요한 상징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상징이란 인간성의 모든 면을 투사하는 정신의 표상이다. 상징은 종족과 같은 공통성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수집하고 획득하여 저장한 인류의 지혜를 표현하며, 미래를 예비하는 여러 수준의 발달 단계를 나타낼 수도 있다. 상징은 인간의 운명 또는 미래의 정신적 혁명 여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상징에 포함된 지식을 직접적으로 알 수 없는데, 상징이 전달하는 주요한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융이 실시한 확충법을 통해 상징을 해독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상징은 본능이 인도하는 과거 지향적 측면과 초월적인 인격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도하는 미래 지향적인 측면이 있는데 이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면을 지니고 있다. 상징을 분석하기 위해 동선의 두 면 중 어떤 면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과거 지향적 분석은 상징의 본능적 기반을 나타내고, 미래 지향적인 분석은 성취, 조화, 재탄생, 기호, 순수에 관한 인간의 열망을 나타낸다. 과거 지향적 분석은 원인론적이고 변화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미래 지향적 분석은 목적론적이고 결과론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완전한 설명을 위해서는 양자 모두 필요하다. 상징의 정신적 강도는 항상 그 상징을 추출한 원인의 가치보다 크고, 이것은 상징은 추진력과 견인력을 바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진력은 본능 에너지에서 오고, 견인력은 초월적인 목표에서 오게 되는데, 둘 중 어느 한쪽만으로 상징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상징의 정신적 강도는 원인론적인 결정 요인과 목적론적인 결정 요인의 합계이므로, 원인론적 요인 하나에 의한 가치보다 그 강도가 훨씬 센 것이다.
프로이트가 1900년에 《꿈의 해석》을 출간하자마자, 융은 이 책을 읽었고, 1902년에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몇 차례 《꿈의 해석》을 인용했다. 그러나 정신에 대한 시각에서 프로이트와 융은 크게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융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상과 개념들을 발전시키게 되었고, 그 결과 융의 꿈 이론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파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프로이트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용도 꿈은 무의식의 가장 명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꿈은 무의식적인 정신의 편견 없고 자발적인 산물이다. (···) 꿈은 꾸미지 않은 본성의 진리를 보여준다.”라고 융은 말한다. 꿈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곧 자신의 기본적인 본성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모든 꿈이 이러한 목적에 항상 유용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꿈은 당일 몰두했던 내용이나 당사자의 생각 등과 관련이 있을 뿐, 꿈을 꾼 당사자의 정신 심층을 조명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은 전혀 나와는 관련 없고 동떨어지고, 너무 불가사의하며, 기이하고 섬뜩한 꿈들이 있는데 이는 숨겨져 있던 무의식의 세계로부터 오는 것이다. 오랜 과것날, 심지어 오늘날에도 어떤 민족들은 이러한 꿈을 신이나 조상들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융은 이를 ‘큰’ 꿈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무의식에 혼란이나 파탄이 있을 때 이러한 꿈을 꾸게 되는데, 자아가 외부 세계를 만족스럽게 처리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을 받는 사람들도 치료과정이 무의식을 교란하기 때문에 가끔 ‘큰’ 꿈을 꾸게 된다. 히틀러가 독일 정권을 장악하기 몇 해 전, 융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인 환자들 말한 꿈의 내용을 바탕으로 ‘금발 머리 가진 야수’가 지하 감옥에서 세계를 황폐화하기 위해 뛰쳐나올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예언한 일이 있었다. 융은 상징이 억압된 욕구의 위장된 표현이라는 프로이트의 기본적 견해에 반대했다. 융은 꿈의 상징을 포함한 다른 모든 종류의 상징들은 아니마, 페르소나, 그림자, 그 밖의 여러 원형을 개성화시키고 통합해서 균형적이고 조화로운 전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실제로 꿈은 오래된 과거에 깊이 파고들어 낡은 기억이 되살아나게 하기도 하는데, 더욱 중요한 점은 꿈이 인격을 발달시키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투사라는 것이다. 꿈은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도 가리키며, 꿈은 해독해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고, 우리가 따라야 할 길잡이다. “미래 지향적 기능이란 (···) 미래의 의식적 성과에 대한 예측이거나, 예비 초안 또는 미리 대충 결정한 계획과 같은 것이다. 꿈의 상징적인 내용은 때때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약간씩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타입에 속하는 꿈은 사실상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꿈을 미래 지향적인 꿈으로 보지는 말라고 융은 경고한다. “꿈의 일반적인 기능은 정신 전체의 균형을 재건하는 꿈의 재료를 산출함으로써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한 그의 관점에 따르면 꿈은 소홀히 하여 미분화된 정신적 측면을 보상하며, 궁극적으로는 결손난 균형을 되찾으려 한다.
[참고 문헌]
융 심리학 입문, 캘빈 S. 홀, 버논 J. 노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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