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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융은 심리학적 유형에 관한 연구 결과를 출판했다. 책 머리말에서 융은 “이 책은 거의 20년에 걸쳐 임상심리학 영역에서 연구한 결과다. 이는 신경질환 치료에 종사한 정신과 의사의 수많은 감명과 경험, 모든 사회 계층에서의 남녀 관계, 친구 및 적과의 개인적인 관계, 그리고 나 자신의 독특한 심리학적 특성에 대한 비판에 근거하여 내 머릿속에서 서서히 성장하고 모양을 갖추었다”라고 썼다. 융이 《심리학적 유형》에서 이룩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그는 ‘기본적’인 심리학적 과정을 구분하여 서술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결합으로 조합되어 개인의 성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는데 융은 대강의 법칙과 과정으로 이루어진 일반 심리학을 변형해서 특정한 개인의 특유한 성격과 행동에 대해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개인심리학'을 창시했다. 융은 “사람들의 정신이 얼마나 크게 다른가를 알게 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경험 중 하나였다.”라고 하며 그 성과가 대단히 실제적인 심리학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태도와 기능을 기반으로, 태도와 기능이 다양한 비율로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여러 유형을 살펴봄으로써 이 추상적인 개념들이 각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유형이란 일종의 범주이며 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특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같은 범주에 속한 사람 중 어느 사람도 그 인격 양상(pattern)이 완전히 똑같은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태도에 관하여, 융은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태도를 분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융의 분류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이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객관적'과 '주관적'이라는 용어를 명확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이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즉 인간과 사물, 풍습과 관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제도, 물리적 조건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가리키는데 이 객관적 세계는 환경, 주위 또는 외적 현실이라고 불린다. 반면에, 주관적이란 정신의 내면과 개인적 세계를 가리킨다. 이를 개인적이라고 하는 것은 외부에서는 이를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향성에서는 정신 에너지가 객관적인 외부 세계의 여러 표상에 몰리기 떄문에 에너지가 대상, 인물, 동물 등의 환경적 사실이나 조건에 대한 지각, 사고, 감정에 투여된다. 내향성에서는 정신 에너지가 주관적인 정신 구조와 정신 과정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정리하자면 외향성이 객관적 태도이지만, 내향성은 주관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태도는 상호 배타적이며, 교대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때로는 외향적이고, 때로는 내향적일 수 있음) 의식에서 동시에 공존할 수는 없고, 일반적으로 어느 한쪽 태도가 우위에 서게 된다. 이때 객관적인 지향성이 우세한 사람을 '외향아', 주관적인 지향성이 우세한 사람을 '내향 자'라 부른다. 내향 자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고 분석하는데 흥미를 갖는데, 주고 내적인 일에 몰두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내향 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사회성이 없으며 과묵하게 보인다. 반면, 외향적은 자신과 타인 및 사물과의 상호 작용이 주 관심사이며 그것에 몰두하기에 활동적이고 사교적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성향이 전적으로 완전히 외향적 또는 완전히 내향적인 경우는 없으며, 한 성향의 메커니즘이 우위에 있을 때, 그 행동 양식을 외향적 또는 내향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그러한 성향으로 삶을 살아가고 대하지만은 않는다. 외향적 또는 내향적인 태도는 무의식적일 경우와 의식적일 경우에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식적 외향아 또는 내향 자는 그 성향을 의식적인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은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곧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사람일지라도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는 반대 성향이 떄때로 외부로 표출될 때가 있는데 외향적인 사람이 갑자기 침울해지고 비사교적으로 편하거나, 내향적인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사나워지는 것이 극명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사고, 감정, 감각, 직관' 이것이 바로 융의 유형론에서 태도와 같이 중요시되는 네 가지 심리적 '기능'이다. ‘사고’란 여러 관념을 서로 연결하여 개념을 일반화하거나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주는 기능으로, 사물을 이해하게 해주는 지적 기능이다.
‘감정’이란 평가 기능이며, 어떤 관념이 유쾌한 감정을 일으키느냐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그 관념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배격하기도 한다. 사고와 감정의 기능이 판단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두 기능을 이성적인 기능이라고 한다. 생각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관념이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해 판단한다. 감정을 갖음으로써 우리는 어떤 관념이 즐거운지 불쾌한지, 아름다운가 아름답지 않은가, 재미있는가 지루한가와 판단하게 된다.
'감각'은 인체의 감각 기관을 통해 인지되는 자극의 지각이며, 감각 기관의 자극에 의해 생기는 모든 의식적 경험을 포함한다. 감각은 자극의 원천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라거나 '바람이 분다.', '꽃이 보인다.'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직관'이란 사고나 감정의 결과가 아닌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감각과 비슷하지만, 직관은 직관을 갖는 당사자가 그것의 정확한 출저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감각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직관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 때, 어떠한 것이 그런 예감을 들게 했는지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제육감 또는 초감각적 지각이다. 사고와 감정과 달리 감각과 직관은 이성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비이성적' 기능이라 불리고, 이 두 기능은 개인에게 작용하는 자극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정신적인 상태다. 느끼는 것은 현재의 자극에 의해 좌우되며 그 흐름에는 의도성이 결여 되어 있으며 목표도 없다. 융은 “이 네 가지 기능(사고, 감정, 감각, 직관)은 의식이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감각’(즉 감각 지각)은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사고’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감정’은 그것이 유쾌한지 불쾌한지를 알려주고, ‘직관’은 그것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준다.”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참고 문헌]
융 심리학 입문, 캘빈 S.홀, 버논 J. 노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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